대학원생이 연구만 하는 줄 아는데 졸업하려면 학점도 채워야해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연구하기도 빡센데 수업들으라면 여간 화나는일이 아닌데 그래도 시간을 써야하니까 어차피 쓸고 좀 인생에 도움되게 써야해서 좋은 수업 고르는 방법 가이드를 작성해보았다.

대학원 수업은 뭘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필자는 공대 학부를 마치고 자대 대학원 석박통합과정에 들어왔다. 신입생이라 수업도 듣고, 랩실에서 논문도 읽고, AI 모델을 받아 GPU에서 돌려보기도 하고 있다. 막상 들어와 보니 대학원 수업도 은근 빡세다. 수업만 들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 과제도 해야 하고, 논문을 읽고 발표도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서 내 연구도 해야 한다.
그래서 대학원 수업은 최대한 과제가 적고 로드가 적은 게 최고라는 말이 이해된다. 그런데 어차피 들어야 하는 수업인데, 시간만 채우고 나오기는 좀 아깝지 않나. 아직 신입생이지만, 수강신청을 하면서 생각한 좋은 수업 고르는 기준을 정리해봤다. 공대 대학원 기준이고, 필자의 생각이니 참고해서 보면 된다.
1. 수업 이름보다 강의계획서를 보자
수업 이름만 보고 신청하면 생각했던 내용과 다를 수 있다.
필자는 좀 클래식한 컴퓨터 아키텍처 수업을 듣고 싶어서 신청했는데, 막상 들어가니 AI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요새 시대가 시대인지라 수업 이름은 다른데 듣다 보면 또 LLM이다.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당연히 알아야 하는 내용이니까. 다만 내가 기대했던 내용을 배우는 수업인지는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강의계획서에서 주차별 주제, 교재, 읽을 논문 목록을 보자. 같은 아키텍처 수업이어도 기본 개념을 차근차근 다루는 수업과 최신 AI 가속기 논문을 읽는 수업은 꽤 다르다.
계획서만 봐서는 모르겠으면 첫 수업에서 설명을 듣거나 교수님께 물어보면 된다. 제목만 보고 내가 원하는 수업일 거라고 믿지는 말자.
2. 내 연구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보자
대학원에서는 수업을 들으면서 연구도 해야 한다. 그러니 수업에서 공부한 내용을 내 연구에 써먹을 수 있으면 좋다.
예를 들어 AI 모델을 효율적으로 돌리는 방법을 연구한다면, 모델의 연산 구조나 메모리 접근 특성을 다루는 수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업에서 읽은 논문이 나중에 내 연구의 배경지식이 될 수도 있고.
다만 지금 하는 연구와 제목이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논문을 읽다가 계속 막히는 기초를 채워주는 수업도 좋다.
논문에서 당연하다는 듯 넘어가는 내용을 나는 모르고 있다면, 그걸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수업이 오히려 더 필요할 수 있다. 최신 논문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읽을 수 있는 기초는 있어야 하니까.
3. 논문 리뷰 수업을 눈여겨보자
개인적으로는 논문을 읽고 리뷰하는 수업이 괜찮은 것 같다.
대 AI 시대라 딸깍하면 논문 요약은 나온다. 그런데 요약을 읽고 내용을 대충 아는 것과, 논문을 직접 읽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건 꽤 다르다.
읽을 때는 이해한 것 같았는데 막상 발표하려고 하면 말이 안 나오는 부분이 있다. 왜 이런 방법을 썼는지, 기존 방법보다 뭐가 나은지, 실험은 뭘 보여주는지 설명하려고 하면 다시 읽게 된다.
그래서 단순히 논문 내용을 순서대로 발표하는 것보다, 교수님이나 수강생들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수업이면 더 좋겠다. 내가 잘못 이해한 부분도 확인할 수 있으니까.
다만 논문 리뷰 수업이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발표만 하고 피드백 없이 끝나는지, 발표 이후에 제대로 논의하는지도 확인해보자.
4. 과제는 양보다 남는 걸 보자
과제가 적으면 좋다. 그런데 과제가 조금 많더라도 내가 공부하려던 내용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관심 있던 논문을 재현하거나, 써보고 싶던 도구를 배우거나, 내 연구와 연결되는 실험을 해볼 수 있다면 시간을 들일 만하다.
반대로 연구와 연결도 안 되고, 이미 아는 내용을 반복하는 과제인데 시간까지 많이 잡아먹으면 좀 아깝다. 프로젝트 수업이라면 주제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자. 교수님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내 관심 분야와 연결할 수 있으면 수업과 연구에 함께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과제가 몇 개냐도 중요하지만, 그걸 하고 나서 내게 뭐가 남느냐를 같이 보면 된다.
5. 선배에게는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대학원 수업은 몇개 안열려서 웬만하게 찾아보면 들은 사람들 랩실에 있는데 직접 물어보면 된다. 강의계획서에는 과제 세 번이라고 적혀 있어도, 그 세 번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알 수 없다. 한 번에 두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일주일이 갈 수도 있다.
그래서 들어본 선배에게 물어보는 게 좋다. 그냥 “이 수업 꿀인가요?”도 좋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 과제 하나 하는 데 보통 얼마나 걸렸는지
- 논문 발표는 몇 번 하는지
- 팀플인지 개인 프로젝트인지
-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필요한지
- 교수님이 발표나 과제에 피드백을 많이 해주시는지
같은 수업도 배경지식에 따라 체감 난도가 다를 수 있다. 선배에게 쉬웠다고 나에게도 쉬운 건 아닐 수 있으니, 왜 쉬웠는지도 들어보면 좋다.
6. 시간표도 연구 시간을 생각해서 짜자
필자는 하루에 세 시간짜리 수업 세 개를 신청했다. 다 듣고 나니 9 to 6이었다. 수업만 들었는데 하루가 끝났다.
한날에 몰아 들으면 다른 날을 연구에 쓸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런데 세 시간짜리 수업을 연속으로 듣는 게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마지막 수업까지 집중력이 남아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반대로 매일 수업을 조금씩 넣으면 연구하다가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본인이 몰아서 듣는 게 편한지, 나눠 듣는 게 편한지 생각하고 랩 미팅이나 세미나 일정도 같이 확인하자. 수업 시간뿐 아니라 과제와 발표 준비에 들어갈 시간까지 내 시간표다. 만약 본인 랩실이 갑자기 일 시키는 랩이면 분산 시켜서 신청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일을 처리할 수 있으니..
7. 한 학기에 욕심을 너무 많이 내지는 말자
강의계획서를 보면 다 배워두면 좋을 것 같다. 이것도 모르고 저것도 모르니까 전부 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수업을 많이 신청한다고 그만큼 다 내 것이 되는 건 아니다. 매주 과제 마감만 넘기다가 정작 읽고 싶었던 논문은 못 읽을 수도 있다.
우선 졸업요건과 필수과목을 확인하고, 이번 학기에 꼭 배우고 싶은 내용을 정해보자. 프로젝트나 발표 부담이 큰 수업을 여러 개 듣는다면 일정이 겹쳐도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필자라면 꼭 배우고 싶은 수업을 중심에 놓고, 나머지는 연구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조절할 것 같다.
과제가 적은 것도 좋은 수업의 장점이다. 여기에 내가 필요한 내용을 배우고, 직접 생각해보고, 피드백까지 받을 수 있으면 더 좋다. 어차피 들어야 하는 수업이면 학점 말고도 뭐 하나는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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